인간의 조건

앙드레 말로, 1927년 중국 상하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흥신 문화사의 『인간의 조건(La Condition Humaine)(앙드레 말로 저, 박종학 역)』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본 정보
저자
앙드레 말로 Andre Malraux (1901~1976)
1901년 프랑스 파리 출생, 은행가의 아들
동영학과 고고학 전공
중국 국민당과 관계를 맺고 베트남 독립 운동, 중국 형명 초기 광둥 국민당 정부에 참가
장제스의 공산당 절연을 계기로 귀국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대항하는 반나치즘 투쟁에 가담
독·소 불가침조약을 계기로 코뮤니스트(공산주의자, communist)와 절연
프랑스 드골 정보에서 문화부 장관 등을 역임
1976년 만성 폐출혈로 사망
사적
『서구의 유혹 Tentation de l’Occident』(1926),
『정복자 Les Conquérants』(1928),
『왕도(王道) La Vie Rovale』(1930),
『인간의 조건 La Condition Humaine』(1933),
『희망 L’Espoir』(1937),
『알랜부르크의 호두나무 Les Noyers do l’Altenburg』(1948),
『예술의 심리 La Psychologie de l’Art(3권)』(1947~50)
역사적 배경
- 『조관희 교수의 중국 현대사 강의』(궁리, 2013)
- 제1차 국공합작의 결과 국민당은 기존 우파와 공산당이 합류한 좌파를 통합하여 국민정부 수립
- 장제스가 중국 각지에 할거한 군벌들의 타도를 위해 국민혁명군을 이끌고 북벌을 통해 양쯔 강 중류 지역을 지배 중
1927년 2월 국민당 우파, 국민정부의 수도를 남쪽의 광둥에서 중원의 한복판이자 교통의 요충지인 우한으로 이전(우한 정부) 1927년 2월 상하이 : 인근 도시인 항저우를 정령한 국민혁명군의 도착을 앞두고 중국 공산당의 지도 하에 있는 상하이 총공회의 주도로 노동자 총파업을 벌였으나 군벌의 진압으로 실패 (2차 상하이 폭동) 1927년 3월 우한에서 열린 국민당 제3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앙집행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국민혁명군 총사령관의 직위를 폐지하며 장제스를 군사위원회의 위원 중 하나로 격하 1927년 3월 상하이 : 국민혁명군이 상하이 근교의 룽화(龍華)까지 접근 1927년 3월 21일 군벌의 군대 퇴각 시작, 5,000명의 순찰대가 조직된 총파업 감행 (3차 상하이 폭동) 1927년 3월 24일 임시 정부(상하이 시민 정부) 수립 1927년 4월 12일 4·12 상하이 쿠데타(장제스의 공산당 습격, 노동자들과 공산당원 피살 및 노동조합 붕괴) 1927년 4월 18일 우한 정부, 장제스의 당적 박탈과 체포령 의결 1927년 4월 18일 장제스, 난징(南京)에 국민 정부 수립
내용
1927년 3차 상하이 폭동과 4·12 상하이 쿠데타를 배경으로 등장 인물들의 고뇌와 선택을 그린 소설
글귀
“모든 인간은 자기가 겪는 그 고뇌를 닮는 것이죠.”
p.53 기요
“인간의 본질은 고뇌이고, 자기 자신의 숙명에 대한 인식이며, 거기서 모든 공포가 생긴다는 거야. 죽음의 공포까지도······. 그런데 그 공포에서 구해주는 것이 아편이며, 그것이 바로 아편이 지니는 의의라는 거지.”
P.181 기요가 말하는 지조르 교수의 생각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 속에서 공포를 발견하는 거야. 그것은 자기 마음속을 좀 깊숙이 살펴보면 알 수 있어. 다행히 사람은 행동할 수 있거든.”
p.181 첸이 기요에게
“남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기의 고뇌를 희생하며 남의 입장을 인정하는 일이야. 나는 그것을 경험으로 알았어.”
P.239 기요가 메이에게
“길은 만들어져야 하는 게 아닙니까?”
지조르는 마지막 총소리를 듣고부터는 이제 더 이상 변명자의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지조르는 계속 말했다.
“당신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 의해서라도 말입니다. 마치 그것은 어느 장군이 ‘나는 내 군대로 이 도시를 포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그 자신이 포격할 수 있었다면 그는 장군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인간은 아마도 권력에 무관심한지도 모르지요. 권력이라는 생각이 인간을 매혹하는 것은, 말하자면 현실의 권력이 아니라 권력 덕분에 이것저것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입니다. 왕좌의 권력은 다스리는 데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보통 인간에게는 다스린다는 욕망은 없어요. 그야말로 당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사람을 강제하고 싶어합니다. 인간 세계에서 인간 이상의 것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죠. 앞에서 말했듯이 인간의 조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단지 권력을 갖는다는 것이 아니라, 전능해지려고 말입니다. 이 가공의 병病은-권력에의 의지는 지적인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만-신이 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신이 되기를 꿈꾸고 있으니까요.”
p.275, 지조르가 페랄에게
페랄은 지조르가 깨달은 것을 이제야 똑똑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 그의 권력에의 의지는 결코 그 목적에 도달하는 일 없이 부단히 그 목적물을 새롭게 바꿔나가야만 살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태까지의 생애에서 설령 단 한 사람의 여자도 소유할 수 없었다 해도, 그가 갈망하는 유일한 것, 다시 말해서 그 자신을 소유해온 것이다. 지금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이 중국인 여자를 통해서도 그것을 소유할 것이다. 그는 자기를 보기 위해서 남의 눈이, 자기를 느끼기 위해서 남의 감각이 필요했던 것이다.
p.278-279, 페랄의 깨달음
어떤 인간이라도 태도 이면에는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는 밑바탕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고뇌를 생각하면 그 고뇌의 성질까지 짐작하게 되는 법이다.
p.315, 지조르
“··· 문명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고뇌에 찬 요소-이를테면 노예에 있어서의 굴욕이나 현대 노동자에 있어서의 노동 따위-가 별안간 하나의 가치가 되었을 때, 즉 이 굴욕에서 벗어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그것에 구원을 기대하는 것이 문제가 될 때, 또 이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생존 이유를 찾는 것이 문제가 될 때, 문명의 본질은 변한다. ···”
p.396, 베이가 서술한 지조르의 강의
“너는 ‘사람을 만들려면 아홉 달이 걸리지만, 죽이는 데는 하루로 족하다.’는 말을 알고 있지? 우리 두 사람은 그걸 신물이 나도록 보아왔다······. 메이, 들어보아라, 인간 하나를 만들려면 아홉 달로는 모자라. 60년이 걸리는 거야. 희생과 의지와······ 그 밖에 온갖 일이 있는 60년이야! 그 인간이 다 만들어졌을 때는 유년 시절이나 청년 시절의 잔재가 깨끗이 없어지고 그야말로 한 인간이 되었을 때는 이미 죽는 것밖에 남아 있지 않거든.”
p.405, 지조르가 메이에게
후기
삶의 의미를 찾아서
상하이를 중심에 두고 자본가 계층과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는 이념이 격돌하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과 고뇌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모두 인간의 조건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었다. 첸은 고독과 죽음에의 기묘한 끌림이 커뮤니스트 활동과 결합되어 스스로 장제스 암살을 위해 스스로 몸을 던졌다. 기요는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한 메이와의 사랑과 커뮤니즘이라는 이념과 함께하는 동지들과의 유대를 통해 자신의 고독을 해소하려 했으며, 그의 아버지인 지조르는 아편을 피우며 고독과 고뇌를 관조했다. 펜랄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감각하고 증명하고자 사회적 지위와 여자와의 관계에 탐닉했다.
인간의 조건, 소설의 제목이자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며 행동의 본질적인 사유가 되는 것.
고뇌.
그리고 인간의 근원적인 고뇌, 고독.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을 고뇌하고 여기에서 벗어나거나 구원받기 위해 몸부림치며 완성되어 가는 생물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고뇌를 가지고 있는가? 고뇌는 고민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다. 고민이 특정한 상황에 대한 조치의 선택을 놓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고뇌는 이야기의 주제가 그러하듯 개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물음이다. 한 인간의 판단이나 행동의 가장 큰 기저로써 작용하여 타인과는 다른 고유한 가치와 생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사유이다.
나는 회사 내 맡겨진 업무와 이에 파생되어 필요하게 될 나의 행동을 고민한다. 벌이와 고정 생활비를 계산하며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 상황을 고민한다. 건강과 삼시세끼 식단을 고민한다.
나는 사회로부터 받았던 보호와 공동체로부터 받았던 배려와 관심으로 성장하여 여기까지 왔고, 내가 그러했듯이 이 사회의 누군가 또한 필요한 도움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손해라고 생각되더라도 감수할 의향이 있으며, 적어도 받았던 만큼 다시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신속하고 현명한 판단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 나의 이기심과 이익이 인류 보편의 선보다 우선하지 않을 것. 느리고 멍청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 섰다면 움직이는 것.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어디에서든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부정하지 않는 것.
나는 주어진 상황에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생각하고 되도록 최선을 다해 행동하고자 한다. 학업이 주어진다면 되도록이면 좋은 성취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한다. 업무가 주어진다면 업무 스타일 여부를 떠나서 가장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고민하고 행한다. 이후에 성적이 되었건 프로젝트 가 되었건 경험이었건 간에, 그 결과로 나타나는 흔적을 통해 나 자신을 확인하고 이 곳에서 잘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아, 나의 고뇌는 나라는 존재의 떳떳한 증명이다.